▲소당박스를 만들고 있는 직원들. 소당박스는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소당박스를 만들고 있는 직원들. 소당박스는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정오 즈음이다. 한창 고픈 배를 채우러 식사할 때지만 이곳 사무실은 소규모 공장인양 테이프 뜯는 소리와 박스 옮기는 소리만 가득하다. 박스를 들여다 보니 라면, 바디워시 등 각종 생필품이 빼곡하다. 여기서는 '소당박스'라고 부른다. 소당은 '소중한 당신에게'를 줄인 말이다. 아이와 함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하는 미혼부모를 위로하려는 마음을 담았다.

생필품이 담긴 50개가량의 박스는 전국 각지로 향했다. 러브더월드는 매주 이렇게 소당박스를 만들어 미혼부모 가정에 보낸다. 대충 따져도 한달에 200가정이 넘게 도움을 받는 셈이다.

러브더월드 측에 따르면 소당박스는 위기에 처한 미혼부모라면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 미처 신청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직접 방문해 가져갈 수 있도록 '소당꾸러미'도 준비돼 있다.

대부분 30~40대로 보이는 직원들 중 유난히 젊은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두 아이를 둔 25살 이혜영(가명) 씨다. 미혼모로 도움을 받던 이 씨는 리본사업의 일환으로 러브더월드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리본 사업은 일종의 직장체험 연수다.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된 미혼모들이 사회로 다시 돌아가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리본의 의미 또한 매듭을 의미하는 '리본(Ribbon)'이 아닌 '다시 태어나다'는 의미의 '리본(Reborn)'이다.

이 씨는 아이를 낳고 가족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이곳에서 받으며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그는 "러브더월드에 와서 지금껏 지냈던 얘기들을 얘기하면서 평안을 갖게 됐다"며 "이혼 가정이라 그런지 가족애를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대표 목사님 부부에게서 조건 없는 사랑을 처음 느껴봤다"고 말했다.

18살에 첫째 아이를 낳은 이 씨는 아이들의 아빠와 다시 합쳐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러브더월드 대표 박대원 목사. 박 목사는 올해로 11년째 미혼부모를 돌보고 있다.
 ▲러브더월드 대표 박대원 목사. 박 목사는 올해로 11년째 미혼부모를 돌보고 있다.

러브더월드 박대원 목사가 미혼모를 돕기 시작한 지는 벌써 10년. 자녀 입양을 알아보러 방문했던 한 기관에서 어린 미혼모들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갈 곳이 마땅치 않던 미혼모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 보호자 역할을 자처했다.

박 목사는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이곳을 찾는 미혼모가 늘어나 보통 10명 정도가 한 집에서 함께 살았다"고 회고했다. 2년 전 KBS '인간극장’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박 목사가 지금껏 도운 미혼모는 1500여 명. 별다른 지원이 없어 열악한 상황지만 최선을 다해 도왔다. 이 중 대학생이었던 한 미혼모는 휴학 후 출산을 하고 나서 아이를 키우며 학업을 병행하기도 했다. 성적도 우수해 장학금까지 받았다.

박 목사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며 며 "이는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부터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한 영혼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브더월드와 같은 건물 지하에는 웨이처치가 있다. 박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다. 박 목사와 서지형 사모가 함께 미혼모의 경제적 자립을 도우면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한 곳에 마련했다.

사실 박 목사와 서 사모 모두 오랜 기간 미혼모를 돌보면서 많은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 그럼에도 자립과 신앙,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할 수 없기에 하루하루 버티며 사역 중이다. 소원이 있다면 예수 그리스도께 받은 사랑이 미혼모와 자녀들에게 전해지는 것이라고 이들 부부는 입을 모았다.

박 목사는 "러브더월드라는 말부터 요한복음 3장 16절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라는 부분에서 따왔다"며 "미혼부모들의 영혼을 사랑으로 품고 매일 아침마다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브더월드와 웨이처치가 있는 건물. 1층은 러브더월드의 사무실이, 지하는 웨이처치가 자리해있다.
 ▲러브더월드와 웨이처치가 있는 건물. 1층은 러브더월드의 사무실이, 지하는 웨이처치가 자리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