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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짓지 않고, 같이 사는 것이 환대” 아름다운 동행 인터뷰

러브더월드 | 2023-12-09 | 조회수: 709

미혼모는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엄마’ 정의 필요해

러브더월드 박대원 목사, 서지형 이사
러브더월드 박대원 목사, 서지형 이사
"새 이불 한 채라도 보내주시면 필요한 가정에 다 보낼 수 있어요"
"우리에게는 가까이 다가가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특집 : 당신을 환대합니다

미혼부모를 돕고 있는 러브더월드의 환대

가난하고 소외된 미혼모·미혼부 그리고 그 아이들을 돌보는 비영리단체 러브더월드(박대원 목사, 서지형 이사·사진). 이 짧은 문장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갈 곳 없어 헤매는 엄마들에게 누울 자리를 마련해주고,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도우며, 그 아이들이 클 때까지 기꺼이 그 옆자리에서 지켜봐주었던 눈물겨운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다. 뿐만 아니라 세상의 낙인으로부터 그들을 지키고 지지하기 위해 함께 서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까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마도 박대원 목사와 서지형 이사 부부가 대학교에서 만난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게 맞을듯 싶다.

만남과 시련

숭실대에서 사회사업을 전공하고 있었던 박 목사와 서 이사. 어느 날 박 목사의 손에 서 이사가 건넨 분홍색 편지 한 통.

“'하나님은 생명입니다. 생명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하나님입니다’로 시작한 편지를 차분히 읽어내려 가다보니 마지막 문장에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쓰여있더군요.”

그렇게 시작한 교제. 교제도 열심히, 학업도 열심히, 실습과 교회사역도 열심히 하던 두 사람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너무 피곤해서 '너무 열심히 살아서 그런가보다’하며 기도하는데 갑자기 병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 이사가 찾아간 병원에서는 당장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오빠가 의사로 있는 고향 병원에 내려가 바로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병명은 난소암이었다. 종양 크기가 22센티미터가 될 정도였다.

시작된 항암치료로 머리카락도 다 빠지고 정말 너무 힘들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이 6개월 만에 또 재발했다.

“이제 항암치료는 절대 안 받겠다고, 자궁 적출도 절대로 안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약을 20년 넘게 먹고 있고, 완치 판정도 못 받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아, 그리고 학교는 그럼에도 1등으로 졸업했어요!”

남자친구인 박 목사에게 서 이사는 커플링 반지를 빼주며 헤어지자고 했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고 재발가능성도 있는 자신 곁을 떠나라고. 그때 박 목사는 다시 반지를 끼어주며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사랑은 참아주고 인내하고 희생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기적같이 이루어진 입양

그렇게 결혼한 후 원래 사회복지사였던 서 목사는 미국유학 시절, 소명을 받아 신학공부를 시작, 목회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아내에게 목회자 길을 걷겠다고 말하니 흔쾌히 이렇게 말하더군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먹여 살릴게요’라고요.” 남편이 아내의 곁을 지키니, 아내 역시 넉넉히 남편 곁을 지켜나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없었다. '믿음의 유산을 전수하는 가정’이 되자는 꿈이 있었는데, 11년 동안 시험관 아기를 계속 시도했지만 안 생겼다고.

“아내 몸이 상하는 게 보여서 입양을 결심했어요. 그러나 쉽지 않았어요. 아내 건강으로 인해 계속해서 입양기관에서 거절당했고, 상담도 안 받아주시더군요.”

그러나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입양기관의 문을 두드리다가 '미혼모’란 존재를 알게 된 것.

“그때 잠시 스쳐 지나갔던 엄마들이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관을 통해 바비큐 파티도 열어드리고, 어버이날에는 누구도 어버이라고 불러주지 않는 미혼모 분들을 위해 파티를 열기도 했어요.”

미혼모 엄마들만 만난 것이 아니다. 2014년, 드디어 2살짜리 남자아이 박의진 군을 입양하게 된 것. 그렇게 기적 같은 입양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원래 아이는 부모의 희생과 사랑으로만 크는 줄 알았는데, 아이가 엄마아빠에게 주는 사랑도 크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 아이를 낳은 생모가 그 어려운 순간에 누군가의 지지와 위로가 있었더라면 아이를 키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작은 거라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미혼모 시설로 연락해 연결해달라고 했어요.”

엄마들을 만나다

“사역 초창기, 아내와 함께 방문한 미혼모 가정, 반지하방에 살고 있던 미혼모와 100일 된 여자아기가 겨울 차디찬 방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텅 빈 냉장고는 처음 보았습니다.

아내가 '밥은 먹었어요?’라고 묻자 이 말에 엄마는 펑펑 웁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밥을 먹었냐고 물어본 사람이 없었다고. 그때부터 저도 아내가 했던 것처럼 '밥은 먹었어요’라는 말을 곧잘 합니다. 서로 사랑하며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일은 한 사람에 대한 환대에서 시작됩니다.”

마트에 데리고 가서 생필품을 사줄 때 사치품을 고르듯 조심스레 샴푸 린스를 고르던 엄마, 고기를 좀 먹이려고 데려간 레스토랑에서 한 번도 스테이크를 먹어본 경험이 없어 머뭇거리던 엄마, 망고를 선물로 주자 자를 줄 몰라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해야 했던 엄마, 임신 기간 중 한 번도 산부인과에 가보지 못했던 엄마. 그냥 미혼모가 아니라 아이를 품고 낳고 몸부림치는 엄마들이었다. 나라에서 도움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나이가 많거나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지원받기 어려운 엄마들도 있는 것.

“일부러 방이 많은 집을 구해서 함께 살기도 했어요. 전국에서 엄마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하는데, 아내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사역이라 판단해서, 저도 함께 하게 된 거지요.”

규모가 커져 2015년 1월부터는 '러브더월드’란 단체를 시작하게 된 것. 코로나 전에 그렇게 같이 살았던 공동체 엄마가 낳은 아이가 박 목사 부부의 둘째 딸 여진이다.

“아이들도 다 알아요. 아이들은 가끔 왜 자신을 엄마가 낳아주지 않았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언제나 나도 너무나 너희를 낳고 싶었어라고 말해주지요.”

러브더월드는 미혼모, 미혼부와 아동들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사업(식료품과 생필품 지원, 의료키트, 꾸러미, 양육물품 지원, 출산 지원, 자립 지원, 긴급생계지원 등), 교육사업(부모교육, 장학금 지원 등), 상담사업(심리정서지원, 전문상담 연계 등), 가정방문사역 등으로 미혼 한부모 가정과 아동들을 지원한다.

“대개 10~20대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40대까지 연령대는 다양합니다. 사람들은 차별의 시선으로 미혼모를 바라보지만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이에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생각으로 미혼모 미혼부와 자녀들 그리고 한부모 가정을 돕습니다.”

지난 추석에는 '명절꾸러미’ 행사를 진행했다. 미혼모 미혼부 338가정에 추석선물을 보내는데, 해외와 전국에서 보내온 선물이 다양했다. 고기, 송편, 과일, 쌀, 김치, 명절음식 등 명절에 더 외롭고 힘든 가정을 기억해 보내주곤 한다.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거나 아이 돌잔치를 열어주는 이들도 있다.

“새로운 물건이라면 이불 한 채라도 후원이 가능합니다. 필요한 엄마에게 전달하면 되거든요. 오히려 분유나 기저귀는 이제 공적으로 지원받기 쉬워요. 혹시 새로운 물건들 있으면 저희에게 보내주세요!”

✽ 의료키트를 지원 받은 미혼모 가정에서 보내 온 감사편지

오늘 러브더월드로부터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제일 마지막에 꺼낸 체온계를 보는 순간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막내가 사자며 보챘었거든요. 그때 아이에게 곧 살 거라고 했지만 자꾸 뒤로 미뤄졌던 체온계였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장애가 있는 애들을 키우는 게 힘들고 마음 아프지만 이런 따뜻한 선물을 받으니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아요.

✽ 식료품 및 생필품이 들어 있는 꾸러미를 받은 미혼모가 보낸 편지

지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먹고 싶은 거 챙겨먹지 못하고 냉장고도 비어있었는데 항상 챙겨주시는 식료품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절로 찬양이 나오고 하나님께 감사가 됩니다.


언제가 가장 힘든가요? 미혼엄마들에게 물어봤답니다. “출산할 때가 가장 힘들었나요?”

“아니랍니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낳으면 7일간 입양숙련기간이 있는데 입양을 보내기 전 7일간 시간을 갖는 겁니다. 아이를 키우는 선택을 하면 미혼모로 낙인찍힌 삶을 살아야 하고 아기를 입양 보내면 평생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 것을 결정하는 기간이지요. 그 누구도 입양을 그냥 쉽게 보내는 엄마는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을 홀로 책임져야 하고 결정해야 하는 그 시간이 정말 죽을 만큼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박 목사는 주위에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자신을 미혼모로 소개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없다는 대답에 보통 자신을 이혼했거나 사별한 사람으로 소개한다며 그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해 섬세하고 따뜻하게 대하자고 말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가치 있는 단어를 꼽으라면 전 주저 없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마리아 사람은 레위인과 제사장과 달리 강도 만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사랑은 결코 이리 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가갑니다. 가까이 가야 그의 상처를 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삶은 예수님처럼 나도 사랑이 필요한 대상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것입니다. 한 발 다가설 때 사랑해야 할 이웃이 보입니다.”

물품 후원 : 031-378-2577 https://lovetheworld.or.kr

이경남 기자

아름다운동행 기사링크: http://www.iwithjesus.com/news/articleView.html?idxno=9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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